[다시 간다]소방차 막는 불법주차…“호스 들고 뛰어야죠”

2023-11-21 1



[앵커]
스물 아홉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6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소방차가 불법으로 주차해놓은 차량에 막히면서 제 때 진화를 못해 화를 키웠죠.

지금은 바뀌었을까요.

이솔 기자가 그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건물 앞.

하지만 주차 차량에 막혀 굴절 사다리차가 다가가지 못합니다.

소방대원이 차를 밀어내고 견인차까지 출동합니다.

지난 2017년 12월,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CCTV 영상입니다.

당시 불법 주차로 소방차 진입이 막혀 진화작업이 14분이나 지연됐습니다.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건물은 새로 지어졌고 60미터 거리에 주차 타워도 생겼지만 불법 주차는 여전합니다.

[○○생활문화센터 관계자]
"사실 저 주차 타워가 있는데 여기 센터 (앞)에다가 주차를 하세요. 요금이 발생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내기가 싫은가 봐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 시민들은 여기다 당연히 대고."

화재출동 모의 훈련.

소방펌프차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갑니다.

[현장음]
"(지금 차량 사이 틈은 괜찮나요?) 양쪽이요? 한 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반장님, 반장님이 내려서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결국, 소방관이 차에서 내려 양옆을 살핍니다.

[현장음]
"왼쪽, 오케이."

참사 현장 앞 골목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좁은 이면도로 양쪽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있는데요.

실제로 소방차와 주차된 차량 사이 틈이 불과 30cm밖에 안 됩니다.

겨우 골목을 빠져나와도 우회전할 수가 없습니다.

[최동걸 / 제천소방서 소방사]
"아무래도 많이 걱정되죠. 현장 진입할 때는 빨리 가야 되는데 이런 길 만나면 지체가 많이 돼서."

시간에 쫓기는 소방관들은 결국, 호스를 들고 뛸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현 / 제천소방서 지휘팀장]
"만약에 골목길이다 그러면 대부분 수관을 연장해서 화재 진압을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견인차를 부를 수 있는 시간도 긴박하고."

수도권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엔 차들이 2중·3중으로 주차돼 있습니다.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들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바닥에 노란선으로 '소방차 전용구역'을 표시해놨는데요.

이중주차된 차량들이 모두 차지해버렸습니다.

[A씨 / 아파트 주민]
"잘못했죠. 근데 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걸 지키다 보면 세울 데가 없다 보니까 신경을 잘 안 쓰고 살죠."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차는 불법주차 차들을 그대로 밀고 지나갈 수 있는 강제처분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적용된 건 단 4건에 불과합니다.

[A소방서 소방관]
"(오인신고 등) 직접적인 화재 상황이라든가 이런 거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원분들이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B소방서 소방관]
"(차주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 우리가 자료를 제출해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되고 법적으로도 자료를 또 제출해 줘야 되고. 복잡한 거니까 (강제처분을) 잘 안 하려고 그러죠."

실제로 강제처분 4건 중 1건은 오인 신고로 드러나 차주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골든타임이 불법 주차와 소극 행정에 막혀 허비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